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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는 가을 나무 / 지아 성순자

체리77 2018. 9. 14. 09:12


나는 가을 나무        지아 성순자
첫걸음 시작이
힘차고 아름다웠던
파랗게 빛나던 시절엔
당당하고 멋졌었다
계절이 바뀌고
몰아치는 비바람을
마주하여 이겨 내며
뜨거운 고열에도
단단히 뿌리 내린 나무가 되었지만
삶의 시간 만큼
버리지 못해 끌어안은
회한과 후회의 고통을 매달고
이젠 힘에 부쳐 더는 견딜 수가 없다
버리자 곁가지를 쳐내고
지나가는 바람에 고통의 무게도 
훌훌 털어 버리자
화려한 나무이기 보다는
세상일 담담히 받아들이는 
든든한 나무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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