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건전지....
다섯 살짜리 손자와 함께 사는 영구 할배가
읍에 장보러 가는 날이었다.
할매가 할배 보고 건전지를 사오라고 했다.
“영감, 벽시계에 넣을 건전지 하나 사오이소.”
“'얼마만한 거?”
“고추만한 작은 걸로요.”
▶
근데 이거 잘못 들으면 거시기 얘기하는 거 같은데,
장난끼 많은 영구 할배 대뜸 하시는 말씀이....
‘임자, 누구 꺼로 말하노... 내 꺼 말이가?... 영구 꺼 말이가?...“
이것을 금방 알아들은 할매도 맞받아친다.
“영감 걸루 사오이소.”
(할매 혼잣말 ; 하이고 ~~~ 영구 것만도 못하민서......)
▶
문밖을 나서던 할배 다시 들어와서 한 마디 더하는데
“근데 섰을 때만한 거로 말하나? 죽었을 때만한 거가?...”
▶
화가 잔뜩 난 영구 할매
“아무끼나 사와요!... 섰을 때나 죽었을 때나 맹 똑 같으민서.“
(할매 혼잣말 ; 아이고, 그나저나 요새는 서지도 않으면서.....)
▶
장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놀기도 하고
술도 한 잔 걸치고 왔는데 정작 건전지 사는 걸 잊어 먹었다.
할매한테 잔소리를 어떻게 듣나 궁리하던 할배,
“옳지!~~~" 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
“영감~! ... 건전지 사왔나?”
“몬사왔다”
“와요?”
“건전지 파는 가게 아가씨가 내꺼 만한 거로 달라 하이꺼네
할배 것이 얼매 만한가 봐야지만 준다 카더라.
그래 내사 마 남 챙피시러 바서 안 비주고
그양 와삤다. 내 잘했제 ? ㅎㅎㅎㅎㅎ"
▶
다음번 장날에도 할배는 건전지 사는 걸 또 잊어 먹었다.
“에그 ~ 오늘은 진짜 죽었다......
할멈 잔소리를 우에 듣겄노 ! ~~'”
▶
할배, 걱정하며 문으로 들어선다.
▶
“건전지 사왔서요?‘
“몬 사 왔다.”
“와요~?”
“내사 마 건전지를 살끼라고 가가꼬 안있나..
창피로 무릅쓰고 아가씨한테
내 꺼로 고마 비줬다 아이가....
이 아가씨 실컨 보고 몬치고 쪼물락대고
해 쌓더마는 하는 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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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라진 건전지는 엄따 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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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망구 " 궁시렁 궁시렁"
"잘했구마 영감탱이 만 한거 사와보이..
켜지지도 않할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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