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영지회(絶纓之會)
▪ 남의 잘못을 탓하지 마라!
▪ 남의 단점을 보지도 마라!
▪ 나의 단점을 정당화하지 마라!
▪ 오로지 나의 단점을 고치기에 힘쓰라!
위의 말은 경남 양산의 소나무 숲속에 자리잡고 있는
통도사(通度寺) 경내 곳곳에 걸려 있는 검은 나무판의 경구 중 하나입니다.
춘추시대 중국 초나라 장왕의 일화에서 만들어진
"절영지회(絶纓之會)"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장왕이 나라의 큰 난을 평정한 후,
공을 세운 신하들을 치하하기 위해서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신하들을 아끼던 장왕은 이 연회에서 자신의 후궁들이 시중을 들게 했습니다.
연회가 한참 진행되던 중,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연회장의 촛불들이 일순간에 꺼졌습니다.
그 순간 한 여인의 비명이 연회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그 여인이 앙칼진 목소리로 크게 외쳤습니다.
어둠을 틈타서 누군가가 자신의 가슴을 만졌고,
자신이 그 자의 갓끈을 뜯어 두었으니, 장왕께서는 어서 불을 켜서
그 무엄한 자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신의 후궁을 희롱한 무례한 신하가 괘씸하고,
자신의 위엄이 희롱당한 것 같은 노여운 생각이 들 수도 있었겠지만,
그 순간 장왕은 큰 소리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이 자리는 내가 아끼는 이들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서 만든 자리이다.
이런 일로 처벌은 온당치 않으니 이 자리의 모든 신하는 내 명을 들어라!
지금 자신이 쓰고 있는 갓의 갓끈을 모두 잘라 버리도록 해라!
지금 일은 이 자유로운 자리에 후궁들을 들게 한
나의 경솔함에서 빚어진 일이니 불문토록 하겠다."
장왕은 먼저 후궁들의 마음을 다독여 연회장에서 내보냈고,
모든 신하가 갓끈을 자른 뒤에야 연회장의 불을 켜도록 했으니
범인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었고,
자칫하면 연회가 깨어지고 한바탕 피바람이 몰아칠 수도 있는 상황이
가벼운 해프닝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시대의 분위기에서 왕의 여인을 희롱한 것은
왕의 권위에 도전한 역모에 해당하는 불경죄로
죄인은 물론 온 가문이 능지처참을 당할 수 있는 중죄였습니다.
그렇지만 신하들의 마음을 달래는 치하의 연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수로 용인한 것입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놀랍게도 그 일이
자신의 경솔함에서 빚어진 일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것은 장왕이 자신에 대한 자존감(自尊感)이
충만한 사람이라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신뢰하고 균형 잡혀 있는 사람은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분노하지 않습니다.
일어난 일을 사실 그대로의 상황으로 보고,
더는 자의적인 확대해석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몇 해 뒤에 장왕의 초나라는 진나라와 나라의
존폐가 달린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그 전쟁에서 장왕이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장왕의 앞으로 나서서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초나라의 수호신이 되어 온몸이 붉은 피로 물들며
흡사 지옥의 야차처럼 용맹하게 싸워서 장왕을 구하고
초나라를 승리로 이끈 장수가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장왕은 그 장수를 불렀고 용상에서 내려와
그 손을 감싸쥐고 공로를 치하하며
목숨을 아끼지 않고 용맹하게 싸운 연유를 물었습니다.
그 장수는 장왕의 손을 풀고 물러나 장왕에게 공손하게 큰 절을 올립니다.
"몇 해 전에 있었던 연회 자리에서
술에 취해 죽을 죄를 지은 소신을 폐하께서 살려 주셨습니다.
그 날 이후로 소신은 새롭게 얻은 제 목숨은 폐하의 것으로 생각하며 살았고,
오늘 이 전장에서 제 목숨을 폐하를 위해서 바칠 각오로 싸웠습니다."
"절영지회(絶纓之會)" '갓끈을 자른 연회' 라는 뜻으로
남의 잘못을 관대하게 용서하고
자신의 허물을 깨우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입니다.
남아당자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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