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보는 글

나는 누구에게 전화할까?

체리77 2018. 6. 17. 08:51
    나는 누구에게 전화할까? 아버지에게 친한 친구 한 분이 계셨답니다. 늘 형제같이 살았던 친구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 친구 분이 87살의 나이로 숨을 거두기 한 시간 전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답니다. "친구야! 나 먼저 간다!" 당시에 거동이 불편했던 아버지는 그 전화를 받고 그냥 눈물만 뚝뚝 흘리셨답니다. 나 먼저 간다는 그 말 속에는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도 들어 있었겠지요.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도 들어 있었겠지요. 그 전화를 받은 아버님은 일어날 수가 없으니 그냥 눈물만 뚝뚝 흘리고... 그리고 정확하게 한 시간 후에 친구 분의 자제로부터 아버님께서 운명하셨다는 연락이 왔다 합니다. 내가 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 먼저 간다고 작별인사를 하고 갈 수 있는 친구. 나에게 그런 친구 한 사람 있다면 그래도 그 삶은 괜찮은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얘기를 하면서 선배는 "너는 누구에게 전화할건데?"하고 묻습니다. 그 질문에... 너무 많은 것인지 너무 없는 것인지 즉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누구에게 전화를 해서 "친구야! 나 먼저 간다!"고 전화를 해 줄까? 내가 먼저 자리 잡아 놓을테니 너는 천천히 오라고 누구에게 전화를 해 줄까? 친구도 좋고, 선배도 좋고, 후배도 좋고, 님은 누구에게 전화를 해서 삶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시겠습니까? 꽃 한송이, 사람 하나가, 내 마음에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으면 잠시 삶의 발걸음을 멈추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까운 곳에 아름답고 소중한 벗들이 많은데 우리는 그것을 못 보고 끝없이 다른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내 곁을 지켜주었던 사람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 곁을 지켜줄 사람. 그 사람이 지위가 높든 낮든, 그 사람이 가진 것이 있든 없든, 나는 누구에게 전화할까? 사진 / Blue Gull / 해운대 미포 부치지 않은 편지 / 김광석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피기는 쉬워도 아릅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람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강 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