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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

체리77 2018. 5. 16. 07:56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 / 최승자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

그러면 내 심장 속 새집의 열쇠를 빌려드릴게요.

 

내 몸을 맑은 시냇물 줄기로 휘감아 주시겠어요?

그러면 난 당신 몸 속을 작은 조약돌로 굴러다닐게요.

 

내 텃밭에 심은 푸른 씨앗이 되어주시겠어요?

그러면 난 당신 창가로 기어올라 빨간 깨꽃으로

까꿍! 피어날게요.

 

엄하지만 다정한 내 아빠가 되어 주시겠어요?

그러면 난 너그럽고 순한 당신의 엄마가 되어드릴게요.

 

오늘 밤 내게 단 한 번의 깊은 입맞춤을 주시겠어요?

그러면 내일 아침에 예쁜 아이를 낳아드릴게요.

 

그리고 어느날 저녁 늦은 햇빛에 실려

내가 이 세상을 떠나갈 때,

저무는 산 그림자보다 기인 눈빛으로

잠시만 나를 바래다주시겠어요?

그러면 난 뭇별들 사이에 그윽한 눈동자로 누워

밤마다 당신을 지켜봐드릴게요.





출처 : 당신을 생각하면서
글쓴이 : 피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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