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챕터
젊음이 영원할 것 같았다. 그러던 젊음이
어느 순간 증발하듯 사라져 버리고 나는 老人이 됐다.
엄상익(변호사)
지하철 2호선 교대역 앞을 걸어갈 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나의 팔을 살짝 건드리면서
“할아버지” 하고 불렀다. 돌아보니 삼십대 말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손에 든 이어폰을 내게 주면서 말했다.
“할아버지, 조금 전에 주머니에서 이어폰이 떨어졌어요.”
“아, 예 감사합니다.”
내가 아내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주머니에서
“할아버지, 조금 전에 주머니에서 이어폰이 떨어졌어요.”
“아, 예 감사합니다.”
내가 아내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주머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낼 때 옆에 있던 이어폰이 바닥에 떨어진 모양이었다.
다시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가슴 속에 어떤 강한
파문이 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할아버지’
그가 나를 부른 호칭이었다. 아는 사람들은 전부 나를 변호사라고 불렀다.
‘할아버지’
그가 나를 부른 호칭이었다. 아는 사람들은 전부 나를 변호사라고 불렀다.
그 호칭은 삼십대 초나 육십대 중반을 넘긴 지금이나
시간의 바다 위에서 늙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아
마도 그래서 할아버지가 된 걸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거울 앞에 섰다.
집으로 돌아와 거울 앞에 섰다.
늙고 기운이 빠진 한 남자가 그 안에 들어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의 모습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들은 모습이었다.
다음에 하늘나라에서 아버지가
나를 보면 오히려 형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안산의 병원에 있는 장모의 병문안 갔을 때
아내를 놀리던 기억이 불쑥 떠올랐다.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붙어 있는 간판을 보고 근처 빌딩 안에 들어가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붙어 있는 간판을 보고 근처 빌딩 안에 들어가
중국 음식점을 찾느라고 맴돌고 있었다.
아내가 빌딩의 복도에 서 있던
여자에게 음식점의 위치를 물었었다.
잠시 후 다른 층에서 그 여자를 다시 만났다.
그 여자는 아내에게 “할머니, 찾으시는 중국 음식점이 여기 있는데
문을 닫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 여자가 아내를 확인시켜주는 “할머니”라는 호칭이
더 가슴에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내도 세상 사람들에 의해 할머니인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음식점 안에 들어가 밥을 먹을 때 아내의 모습을 다시 확인했다.
한겨울 눈이 내린 듯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가 어느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됐네,
“우리가 어느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됐네,
아직도 마음은 연애할 때 그대로인 것 같은데 말이야.”
“받아들여야지 어떻게 하겠수? 손녀 손자가 있으니까
“받아들여야지 어떻게 하겠수? 손녀 손자가 있으니까
할아버지 할머니인 건 맞지 뭐.”
아내가 이미 오래 전에 체념했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삼십대 초 일요일이면 머리 속에
아내가 이미 오래 전에 체념했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삼십대 초 일요일이면 머리 속에
고민을 가득 안고 교회에 갔을 때
늙은 목사님이 젊음을 가진 것만으로도
큰 재산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말하던 걸
여러 번 들었던 기억이 나.
그때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속으로
‘웃기네’ 하면서 시큰둥했었지.
그런데 이제 할아버지가 되니까
그 말의 의미가 절절히 가슴으로 들어오네.”
젊음이 영원할 것 같았다.
젊음이 영원할 것 같았다.
그러던 젊음이 어느
순간 증발하듯 사라져 버리고 나는 노인이 됐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키우는 게 고생스러워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키우는 게 고생스러워서
아이들을 뻥튀기 기계에 넣고 당장에 어른을 만들어 버리고 싶었어.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힘들어도 울고 웃고 키우는 맛이 있는 건데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몰라. 그래도 이십대에 만나 연애하고 아이들 낳고
열심히 땀 흘리며 돈 벌어서 아이들 키우고
잘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아내가 말하며 허허로운 미소를 지었다.
아내가 말하며 허허로운 미소를 지었다.
지난 일요일 칠십 중반과 팔십대 초인 선배가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의 커피점으로 나를 불러냈다.
“어느새 저도 할아버지가 됐는데 어떻게 살까요?
“어느새 저도 할아버지가 됐는데 어떻게 살까요?
선배님들은 어떤 재미를 추구하며 삽니까?”
내가 선배들에게 물었다.
“우리가 보기에 자네는 젊어 아직 인생의 한 챕터가 남아있어.
내가 선배들에게 물었다.
“우리가 보기에 자네는 젊어 아직 인생의 한 챕터가 남아있어.
잘 사용하라구. 지금이 가장 젊은 때라는 걸 자각하고
뭐든지 좋아하는 걸 해 봐. 안 늦었어.”
삶은 내가 쓰는 한 권의 책이었던가.
삶은 내가 쓰는 한 권의 책이었던가.
마지막 챕터에 뭘 쓰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왔다
~받은 메일 모셔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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