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거는 마음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영화 <카사블랑카>의 남자 주인공이 한 여자에게 건넨 대사다.
잊을 수 없는 이 장면에 등장하는 여성은 바로 잉그리드 버그만이다.
스웨덴 출신의 버그만은 1940년 대 이후로 미국 영화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1982년, 동료 배우들에게조차 자신이 암투병 중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은 채 투혼을 다해
<가을 소나타>를 찍고 세상을 떠났다.
배우로서는 경건하기까지 한 삶이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 미국과 연합군 병사들은 유럽에서 독일군과 싸우고 있었다.
배우들과 음악가 등으로 구성된 위문공연단이 유럽을 순회하며 그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버그만도 위문공연단에 참여했다.
공연이 끝나면 버그만은 다른 출연자들과 달리 군인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악수를 나누고
어디에서 왔으며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리고 버그만은 그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아 적었다. 사병들과의 악수 인사가 끝나면
장교들은 그녀를 식사에 초대했는데, 그때마다 초대도 거절하고 사병들과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국에 돌아온 버그만은 수첩을 펼쳐놓고 이름을 받아 적은 사병들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명한 영화배우의 전화에 어리둥절해 하던 사람들은 그녀의 몇 마디를 들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존의 어머니시죠? 제가 이번에 베를린에 위문공연을 다녀 왔는데, 거기서 아드님을 만났답니다.
함께 식사도 했는데, 저에게 농담을 건넬 정도로 밝고 건강했어요.
존에게 살짝 어머님이 어디 사는지 물어 봤죠.
그냥 전 아드님이 잘 있다는 걸 알려 드리려고 전화했어요.'
아들을 전쟁터로 떠나보내고 가슴 졸이던 수많은 부모가 버그만의 전화를 받았다.
그들에게 버그만은 화려한 스타가 아닌 '아들의 안부를 전해 준 사람'으로 평생 기억되었다.
-라오스-
굿모닝~!!!!
사람들은 자신이 할 도리까지만 해도 훌륭한 사람입니다.
버그만의 경우 위문공연단에 참여해서 군인들에게 얼굴을 보여준 것 만으로도 할 도리를 다 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일부러 사병들 틈바구니에 끼어들어 그들과 담소하며 식사를 했습니다.
그것으로 끝나도 훌륭한데 그들의 이름, 전화번호까지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바쁜 삶을 핑계로 그냥 잊어버려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내서 그들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고 소상하게 안부를 전해 주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유명한 스타! 그녀가 전화를 걸어 오다니...
부모들은 감격했을 것입니다.
애국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친절, 상대를 향한 배려,
나의 위치와 자리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자리에 내려가 섬기는 마음....
이것이 낮은 곳에 임하신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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