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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느 크리스마스 광경

체리77 2018. 4. 12. 08:46

어느 크리스마스 광경
 

 검버섯 돋은 얼굴에 거동도 불편한 한 노인 이 힘겹게 계단을 올라 집 안으로 들어선다. 끼니 때울 것을 사오는 길이다. 들어서자마자 전화기 음성녹음 메시지를 튼다

"아빠, 저예요
. 이번 크리스마스에 못 찾아뵐 것 같아 전화드렸어요. 내년엔 노력해볼게요. 가능할 거예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힘없이 돌아선 노인은 부엌으로 가 혼자 끼닛거리를 챙기다 창밖을 내다보고는
 이내 울먹인다. 이웃집에 타지에 사는 아들·딸, 손주들이 찾아와 껴안고 기뻐하며 왁자한  모습을 보고는 눈물 짓는다. 정장으로 갈아입은 그는 등이 구부정한 처연한 모습으로 혼자를 위한 식사를 꾸역꾸역 먹기 시작한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극동 어느 나라에 사업차 가 있던 한 남자가 휴대폰 전화를 받고는 오열을 삼킨다. 서둘러 잡아탄 택시 안에서 와락 울음을 터뜨린다. 노인의 아들이다. 한 여성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갈을 받고 망연자실하다가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을 쏟는다. 딸이다. 병원 복도를 바삐 오가던 한 남자 의사는 벽에 기대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아들이다.

부리나케 달려온 이들은 아버지 집 앞에서 눈물범벅이 돼 서로 부둥켜안고 슬픔을 나눈다. 아버지를 그렇게 외로이 쓸쓸히 지내다 돌아가시게 한 것에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죄책감을 느끼며 들어선 집 안의 모습은 의외다. 10명을 위한 만찬 테이블이 가지런히 세팅돼 있고, 촛불들이 허공 속에 깜박거리고 있다. 그리고 잠시 후 주방 뒤쪽에서 그림자 하나가 쓱 나선다. 돌아가셨다던 아버지다. 한동안 정신을 가누지 못하고 멍해 있는 아들·딸, 손주들에게 노인은 무안한 표정으로 나지막이 말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너희를 모두 불러 모을…." 자식·손주가 너무나 보고 싶은 나머지 자신이 죽은 것처럼 꾸미는 극단적 방법을 쓴 것이다.

위의 장면들은 독일 한 수퍼마켓 체인의 크리스마스 광고 영상이다. 이 광고는 'Time to come home!'이라는 자막과 함께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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